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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신문 스크랩

[경신스] "디지털 퍼스트!" 외친 사장님, 회사 이전 땐 풍수지리 본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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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신문 스크랩 (2021.3.11)

헤드라인

"디지털 퍼스트!" 외친 사장님, 회사 이전 땐 풍수지리 본대요

업무 불협화음서 세대갈등까지
'디지털化 피로감'

기사 링크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09&aid=0004761125

본문

◆ 어쩌다 회사원 / 직장인 A to Z ◆

"전자 결재 도입으로 간편한 시스템을 마련한다더니 서류 결재 후 전자 결재까지 하는 중복 시스템이더라." "온라인 전문 회사 경영진이 사무실을 이전하는데 풍수지리부터 본다."

우리나라 기업 곳곳에서 디지털발(發) 불협화음이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 기기와 각종 애플리케이션 활용에 능한 젊은 '디지털 네이티브' 직원들과 아날로그 근무 방식에 익숙한 중간 관리직 간 세대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업무 효율성을 위해 도입된 디지털 전략이 또 하나의 가욋일로 전락하는 사례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디지털 피로감에 전 한국형 디지털 업무 변환의 좌충우돌 현장을 '어쩌다 회사원'팀이 들여다봤다.

◆ 말로만 '디지털' 알고 보면 스티브 '짭스'


'짭스병'. 애플의 전설적 경영자 스티브 잡스의 행동을 어설프게 따라 하는 상사를 비꼬는 말이다. 혁신적인 척하지만 알맹이는 없고, 잡스식 독불장군형 리더십만 있다면 확실한 짭스병으로 분류된다. 디지털 혁신 문화를 표방하는 스타트업 업계에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온라인 서비스 업체 A사가 대표 사례다. A사는 최근 새로운 사무실로 이전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을 실시했다. 하지만 최종 결정 과정에서 경영진이 이사 장소를 변경했다. 새로운 장소가 풍수지리에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첫 시작은 디지털이었다.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은 온라인 서비스 업체답게 입지 조건을 철저히 데이터 기반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인근에 자리 잡은 업체들의 전·현직자 평가,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접근성 분석, 편의시설 유무와 땅값 인상 가능성 등을 종합해 분석했다. 여성 직원이 많은 점을 고려해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주변 성범죄자를 조회하고 확인까지 하는 세밀함도 보여줬다.

그렇게 선정된 입지는 대표의 '신(新)풍수지리'에 의해 뒤집어졌다. 대표는 이전할 사무실의 조건으로 뒤에는 상징적인 건물(산)이 있고 앞에는 넓은 도로(길), 카페(물), 많은 유동인구가 활보할 수 있는 공간(평야)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호떡 뒤집듯 바뀐 의사 결정으로 A사의 사무실 이전 계획은 지리멸렬하게 멈췄다. 회사 직원 A씨는 "겉보기에는 합리적 리더로 보이지만, 알맹이는 미신을 맹신하는 '짭스'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정보기술(IT) 기업에 다니는 B씨. 그의 회사는 대외적으로 재택근무가 자유로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IT 기업답게 재택근무를 위한 사내 시스템도 잘 구축돼 있다. 코로나19로 현재는 출근하지 않아도 되지만 B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사무실로 출근한다. 상사가 모두 다 출근하기 때문이다. B씨는 "재택근무할 때 상사들은 사내 메신저, 메일 등을 통해 업무 내용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듯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결정은 출근한 부하 직원에게만 통보했다"며 "업무 분담, 진행 상황 파악 등을 위해 매일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외적으로 재택근무가 자유롭다고 홍보하는 회사를 보면 B씨는 한숨만 나온다.

◆ 유망 스타트업이라며, 알맹이는 선사시대


포장지는 최첨단인데, 알맹이는 '선사시대'인 회사도 많다. 회사 전체적으로는 디지털화 전략의 일환으로 디지털 결재를 독려하지만, 실무진 관리직은 여전히 대면 결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국내 중견 건설사에 다니는 C씨는 "디지털 전략이 차라리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전자 결재 시스템이 도입된 지 5년째. 임원진은 사전 '인쇄 보고' 없이는 전자 결재를 처리하지 않는다. C씨는 "기존엔 인쇄물로 결재받으면 끝났지만, 지금은 인쇄 보고 후 디지털 결재까지 받아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효율성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직원들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국내 4대 기업 중 한 곳에 근무하는 D씨 역시 대면 결재를 받은 후에야 전자 결재를 받을 수 있다. D씨는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듯, 선진국 디지털 업무 전략은 한국에서는 보여주기식 잡무가 됐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전환의 또 다른 핵심은 '페이퍼리스(종이 없는 근무 환경)' 체계다. 하지만 현장은 여전히 혼란의 연속이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중년 관리직과 신규 직원 간 마찰도 벌어지고 있다. 한 에너지 기업에 다니는 E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페이퍼리스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회사에서 지급한 태블릿PC를 들고 회의에 참석하자 임원진에게 핀잔을 들었기 때문이다. E씨는 임원진에게 "요즘 애들은 돈 아까운 줄 모른다" "여기가 수업하러 오는 곳이냐"며 야단을 맞았다. 사원들은 이후 회의 때마다 종이와 펜을 필수로 챙기게 됐다.

◆ 쉬운 결정도 "데이터 뽑아와 봐~"



업무 효율성 증대도 디지털 전환의 장점이다. 하지만 근무 환경이 안 좋아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모든 걸 데이터로 증명해야 하다 보니 경험은 무시되기 일쑤다. 재택근무 시행 이후 더 잦은 업무 연락에 노출되면서 사적 공간이 침해되고 있다고 느끼는 사례도 많았다.

중견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일하는 F씨 역시 회사가 디지털 전략으로 도입한 율출근제 이후 오히려 근무 시간이 늘었다고 하소연한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을 때는 비용 문제 때문에 업무 분배가 명확히 이뤄졌지만, 자율출근 이후에는 오히려 '비상 대기'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F씨는 "출근 안 하는 시간에도 업무 카카오톡에서 지시가 이뤄지다 보니 오히려 과거보다 일과 삶의 균형이 안 좋아졌다고 느낀다"고 했다. 국내 한 통신사에서 일하는 G씨는 "경험적으로 말할 수 있는 걸 얘기해도 '데이터 뽑아와 봐'라는 대답을 듣는다"며 "주간 업무 회의를 해도 팩트 데이터를 한가득 붙여야 하니 너무 피곤하다"고 말했다. 한편 디지털 전환 작업을 젊은 직원들에게 맡긴 일부 회사에서는 팀장급 이상 직원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감지되기도 했다. 한 헬스케어 기업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어떤 효과를 만들어내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왜 전환을 해야 하고, 이를 통해 뭘 이뤄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데 그러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다 보니 시간은 시간대로, 돈은 돈대로 들였지만 디지털 도구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기존의 문제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본문의 근거

1. 디지털 전환이 최우선 과제다. (국내 기업 C-레벨 경영진 및 임원진의 72%)

2. 디지털 전환 진도는 대부분 비즈니스/운영 모델 전환 중이다. (89%)

 ↔ 시장 맞춤형 모델 구축 완료 (11%)

3. 디지털 전환에 대한 조직 적응도는 대체로 변화를 거부하거나 부분적으로 공감한다. (68%)

 ↔ 지속적 혁신 필요성 전사적 공유(32%)

4. 디지털 전환의 걸림돌(중복 응답) : 커뮤니케이션 부족(58%), 불투명한 의사결정 체계(43%), 리더십 결여(32%), 전담 팀이 없음(26%), 노조 반발(19%)

추가 조사할 내용 또는 결과

1. 디지털 전환 (DT, Digital Transformation)

 1) 찬성

 - 주로 젊은세대

 - 데이터 기반으로 결정

   사례 1) 회사 위치 정할 때 접근성, 편의시설 유무, 땅값 인상 가능성 등의 데이터 분석

 - 디지털 결재 독려

 - 페이퍼리스

   사례 1) 회의에 태블릿PC 들고 참석

 - 모든 것을 데이터로 증명해야 함 → 경험은 무시되기 일쑤

   사례 1) 경험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을 얘기해도 데이터 뽑아오라는 대답을 들음

   사례 2) 주간 업무 회의를 해도 팩트 데이터를 한가득 붙여야 함

 - 디지털 전환시 고려해야할 점 : 왜 전환을 해야 하고, 이를 통해 뭘 이뤄내야 하는지

 2) 반대

 - 주로 디지털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중년층 (대표, 임원, 관리직)

 - 짭스병이 있는 상사와 대표 (리더의 무례함)

 - 사례 1 : 사무실 이전을 풍수지리로 결정

 - 사례 2 : 대면 결재 / 인쇄 보고 선호

 - 사례 3 : 재택근무할 때 중요한 결정은 출근한 부하 직원에게만 통보

      → 업무 분담, 진행 상황 파악 등을 위해 매일 출근할 수밖에 없음

 3) 디지털화 작업을 할 때 → '비용을 몇 % 줄이겠다' 등 명확한 목표 설정이 필요

적용할 점 (현직자에게 할 질문)

1. 현직자의 회사에서는 디지털 전환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2. 디지털 전환을 통한 어떠한 업무 효율성 증대 효과를 누리고 있는지

3. 디지털 전환으로 업무 효율을 높이는데 있어서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느끼는지

연관기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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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이라고 따라하는 디지털은 실패…직원을 믿어야 뿌리내린다"

의견

디지털 전환의 이면에 이런 갈등 상황이 있는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아직까지 디지털 전환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신념이나 아집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문제는 차치하고 생산성과 고객 관점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며 내가 어떤 마인드셋을 가져야할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디지털 전환'도 결국은 '업무 효율성 증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따라서 트렌드라고 해서 무작정 도입하기 전에 회사 조직이 어떤 부분에서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려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관찰하는 마인드셋을 가져야겠다.